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양떼 같은 구름이 푸른 하늘에 달린 날
이네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오.
풀벌레 소리 가득한,
듬성듬성한 초가집
흙담이 정겹던 그 곳에
내 어린 시절이 잠들어 있소.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1902~1950(추정)
고향의 향기를 담은 시, 정지용의 「향수」
고향이란 무엇일까요? 눈을 감으면 아스라이 떠오르는 그곳,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억의 조각들, 그리고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이름 모를 그리움.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 시인은 이러한 고향의 감정을 담백하면서도 깊은 서정으로 노래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향수(鄕愁)」 는 단순한 시를 넘어, 누구나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잊을 수 없는 그곳’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향수」는 한 줄의 시어만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녔습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인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고향은 떠나 있음으로써 더 선명해지고, 멀어질수록 더 가까이 느껴지는 역설적인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이 시는 넓은 벌, 실개천, 양떼 같은 구름, 얼룩배기 황소 같은 친근한 풍경들을 통해 고향의 따뜻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구름을 ‘양떼’에 비유하는 순수한 감성은 어린 시절의 맑은 시선을 떠올리게 하며, “풀벌레 소리 가득한 초가집” 과 같은 표현은 그 시절의 조용한 밤공기까지 느껴지게 합니다.
유년의 기억이 머무는 곳
정지용 시인은 충청북도 옥천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본 유학 시절, 그는 고향의 풍경과 유년 시절의 추억을 더욱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이 시는 단순히 한 시인의 개인적인 기억을 담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잃어버린 순수함’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에서 묘사되는 고향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자연과 소박한 풍경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소박함 속에 담긴 따뜻한 정서와 삶의 온기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런 이유로 「향수」를 읽을 때마다 저마다의 고향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소리로 되살아난 그리움
「향수」는 1989년 작곡가 김희갑에 의해 아름다운 가곡으로 재탄생하면서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 자체도 음악적 리듬을 지녔지만, 가곡으로 불려질 때 그 감동은 배가 됩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지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라는 가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어느새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고향의 풍경을 꺼내 놓습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향수가 아닌, 잊혀진 시간과 공간을 다시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향수」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
정지용의 「향수」는 단순한 고향에 대한 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점점 잃어가는 순수함, 따뜻함, 그리고 소중한 기억 에 대한 시입니다. 고향은 물리적인 장소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어떤 감정이나 시간, 혹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 시를 읽어 보세요. 잊고 지냈던 따뜻한 기억이 불쑥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은 아픔이 아닌,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고향은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속에 항상 존재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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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과 계열 비문학 소년인 내게도 너무나 뭉클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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