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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봄...대구 만경관... 우리들의 영웅본색

짱구아빠1122 2025. 2. 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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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기억속 대구 만경관...영웅본색....

1987년 봄, 만경관 그리고 우리의 영웅본색

학교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우리는 가방을 둘러메고 골목을 내달렸다. 누군가는 교문 앞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교복 윗단추를 풀며 땀을 훔쳤다. 목적지는 단 하나, 만경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자,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곳. 그곳에서는 우리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 어른들의 세계가 스크린 위에서 펼쳐졌다. 영화가 곧 교과서였고, 극장은 교실이었다. 그날의 상영작은 ‘영웅본색’. 주윤발, 장국영, 적룡.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극장 안,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가다

만경관에 들어서니 코끝을 스치는 묘한 냄새. 팝콘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 의자의 바삭한 느낌과 담배 연기, 극장 벽에 스며든 비밀스러운 시간의 흔적. 푹 꺼진 의자에 몸을 기대고, 우린 숨을 죽였다. 그리고 불이 꺼졌다.

스크린이 빛나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호(적룡)와 아걸(장국영). 한 명은 암흑가의 실력자, 한 명은 경찰을 꿈꾸는 동생. 호는 동생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지만, 운명은 잔인했다.

그는 배신당했고, 감옥에 갔다. 그리고 남겨진 소마(주윤발). 한때 조직의 킬러였으나, 한쪽 다리를 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화면 속, 성냥개비를 입에 문 채 허름한 옷을 걸친 주윤발이 쓸쓸히 걸어 나왔다. 그가 거리를 걸을 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어두운 홍콩의 밤거리는 이상하리만치 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이게 어른들의 세계구나."

총을 들고 살아야 하는 곳, 배신과 의리, 복수와 희생이 뒤엉킨 세계.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본 것은 우정이었고, 형제애였고, 의리였다.

극장을 나서며, 우리는 꿈을 꿨다

영화가 끝났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극장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차가운 봄바람이 볼을 스쳤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야… 미쳤다.”

“주윤발, 진짜 간지 나지 않냐?”

“우리도 저렇게 살아야 되는 거 아니야?”

“뭐? 총 들고?”

“아니, 의리 있게.

피식 웃었지만, 그 말에 다들 묘하게 진지해졌다. 그날 우리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족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날 밤, 친구들과 함께 골목길을 걸으며 우리는 주윤발처럼 성냥개비를 입에 물어보기도 했고, 장국영처럼 창가에 기대 먼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흉내를 내도, 결국 우리는 고등학생이었다. 다만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시절, 우리의 영웅본색

만경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꿈꾸던 순간들은 아직도 마음 한 켠에서 빛나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거리를 걸을 때면 그날의 총성과 대사들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나한테도 꿈이 있었어."

우리도 그 시절,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꿈을 잊지 않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대구의 영화 문화와 홍콩 영화의 황금기가 아름답게 교차하던 시기였습니다.대구의 극장들은 당시 시민들에게 문화와 오락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홍콩 영화는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대구의 영화관

대구의 영화관 역사는 깊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시작된 대구의 극장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으며,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시민들의 문화 생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일극장, 만경관, 대구극장 등은 당시 대구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영화관이었습니다. 이러한 극장들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추억과 감성을 담은 장소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일극장

아카데미극장

대구극장

 

홍콩 영화의 황금기

1980년대와 1990년대는 홍콩 영화 산업의 황금기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무협, 느와르,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독특한 연출과 감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대구에서의 홍콩 영화

대구의 영화관들은 이러한 홍콩 영화들을 상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대구의 극장가에서는 홍콩 영화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든 관객들로 붐볐습니다. 영화 상영 후, 극장 주변의 노점에서 오징어나 땅콩을 사 먹으며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영화를 논하던 기억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회상.....그 시절, 대구의 영화관에서 홍콩 영화를 관람하던 경험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한 부분이자 문화적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감성적인 스토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관의 어두운 객석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며 느꼈던 설렘과 감동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세대와의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